인도는 자국의 문화적 특색이 강하여 외부문화가 침투하기에 용이한 국가는 아니다.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제도로 자국영화를 의식적으로 보호해야하는 한국과는 달리 인도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대다수의 영화가 볼리우드산인 것만 보아도 자국의 문화가 얼마나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도에서 제작하는 문화콘텐츠가 아닌 것 중 인도의 대중문화를 차지하고 있는 외부요소는 미국과 같은 서방권이 유일하다. ‘강남스타일’의 이례적인 기록을 제외한 한국 문화상품은 그 어느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인도의 가장 큰 특성이 일반화하기 어려운 다양성인 만큼 지역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한류 열풍이 불고 있기도 하다. 인도의 동북권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 9월, 인도 동북권의 분리주의자 단체 중 하나인 RPF(Revolutionary People’s Front)는 해당지역의 문화를 위협한다는 이유로(그들은 이것을 Indianization이라고 부른다) 힌디 영화의 상영을 금하였다. 힌디 영화가 서방의 문화와 섞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경향을 띄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는 당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혈통과 문화의 측면에서 인도보다는 동아시아권에 더 동질감을 느끼는 인도 동북권의 젊은이들은 볼리우드를 대체할 볼거리를 한국에서 찾았다.

1996년부터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영어로 방영해온 Arirang TV를 필두로 하여 KBS World까지 한국 문화는 빠르게 볼리우드의 공백을 채워나갔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담은 불법 CD들은 골목을 채웠고 한류는 어린 학생들과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가정주부, 직장인들까지 매료시키며 선풍적 인기를 끌어 모았다. ISTV 등 케이블 방송의 발달로 한국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더 높아짐에 따라 한국영화, 한국드라마, K-Pop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이들의 사랑은 한국문화콘텐츠의 전반에 걸친 열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RPF와 같은 분리주의단체의 본거지인 마니푸르는 동북권지역 중에서도 한류열풍이 가장 강렬하게 불고 있는 곳이다. 헤어숍마다 한국배우와 가수들의 포스터가 걸려있으며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특정 한국배우의 머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길거리에는 한류스타들의 패션을 복제한 듯 한 차림으로 다니는 젊은이들이 즐비하며, “어떡해”, “맞어맞어”, “안녕하세요” 등 한국어로 서로 인사를 하기도 한다. 대개 인기 있는 배우들은 한국인을 닮은 경우가 많다. 자문화개발의 의지를 다짐하는 계기가 될지언정 타국에서 으레 발생하기도 하는 반한류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민족이 동북권 인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통합이 용이하지 않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류가 이들을 도왔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한류는 여타 외부문화와는 다르게 동북권 지역의 모든 민족에게 공통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 다양한 바탕을 가진 민족들이 모이는 하나의 접점으로 역할하고 있다. 한국어로 되어있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번역할 때 쓰는 언어가 단일화 되면서 언어적 통합을 촉진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사한 가치관에 기초한 콘텐츠의 유행은 현지문화의 근간을 뒤흔들기보다는 오히려 현지에 상업적 문화상품이 개발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원조한 격이 되었다.

BBC에서 취재를 할 만큼 한류가 점점 더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동북권이지만 대부분의 영화와 드라마가 불법다운로드를 통하여 유통되고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지도에는 있지만 마음에는 없다(on the map, but off the mind)'라는 표현이 쓰일 만큼 본토에서도 배척되는 경향이 있는 동북권 인도는 경제적으로도 궁핍하다. 인도중앙정부는 1998년부터 연간예산의 10퍼센트 가량을 동북권 지역에 배정해왔지만 경제성장률은 언제나 평균보다 낮다. 한국이 대대적으로 문화상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수익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아직 한국은 이 지역의 한류열풍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다. 하나의 유행으로 스쳐지나가게 놔둘 것인가, 아니면 인도 내에 한류를 퍼트리는 거점으로 개발할 것인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