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2월 5일(화) 수업시간 현장
“다음 주에는 꼭 문화원에 오세요. 한국의 음력 1월 1일, 설날(Seollal)을 맞아 특별한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거든요”
수업이 시작되자 전선경 강사가 학생들에게 다음 주에 있을 세종학당의 특별행사를 안내한다. 일주일 뒤인 2월 12일(화). LA 한국문화원의 세종학당 학생들은 잠시 텍스트북을 덮어두어도 됐다.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과 다문화연합회(회장 김유희)가 공동으로 마련한 ‘2013년 설맞이 민속한 마당’이 문화원 2층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설날 음식을 맛보고 설날 풍습을 체험해보며 세종학당 수강생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김영산 LA 한국문화원장은 설날 특별 행사를 마련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전통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한 행사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한국문화원에서는 현지인들이 한국전통문화를 더욱 쉽게 이해하고 배울 기회를 확대해 가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평소에도 수업이 있는 화요일 저녁이면, 문화원 2층에 김밥과 만두 등 맛있는 저녁이 제공돼 학생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이날은 설을 앞둔 특별 행사인 만큼 무엇보다 차린 음식의 가짓수가 달랐다. 불고기, 잡채, 각종 나물 등 차례상에 오르거나 설날 가족 친지들이 모일 때마다 함께 즐기던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준비된 것이다. 그 고소한 음식 냄새는 문화원 입구에까지 흘러나오며 학생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과 다문화연합회(회장 김유희)가 함께 마련한 맛있는 설 음식들이 가득 차려진 테이블을 보며 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한국 음식은 아주 맛있어서 항상 과식하게 돼요. 잡채, 불고기 모두 다 아주 맛있어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데요.” 기초반의 리체 톨렌티노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벌써 두 번째 가져다 먹고 있어요. 한국 음식은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한식은 채소가 많이 들어가 몸에 좋은 건강식이죠” 예전에 세프였다는 기초반의 미셸 아로요(Michelle Arroyo)가 잡채를 접시에 덜며 미소 짓는다.
이날 설맞이 ‘한국전통문화체험’ 행사에는 LA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200여 명의 수강생과 교사들, 그리고 세종학당 스태프들이 모두 한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펼쳐진 ‘설맞이 민속 한마당’에서 한국의 설날 세시 풍속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LA 한국문화원으로서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이미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고 더 나아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세종학당 수강생들에게 설의 의미와 함께 우리의 전통음식과 민속놀이를 소개함으로써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 양력 1월 1일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오늘 행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한국인들은 설날,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받아들이며 한 해 동안의 행운을 빌고 좋지 않은 에너지를 멀리 떠나보낸다는 설명도 들었어요. 가족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오래간만에 소식을 전하고 음식을 나누는 전통은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기초반의 파트리샤 디아즈(Patricia Diaz)의 말이다. “아 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Ase HAC bok Mahdi Badesaeyo!)” 그녀는 오늘 배운 따끈따끈한 한국어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떡국을 끓이기 위해 떡 반죽을 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설날 준비에서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설날 맞이 특별 식사를 마친 수강생들 가운데 일부는 나무로 만들어진 절구 같은 구멍에 쌀 반죽을 넣고 대형 나무망치 같은 것으로 내려치는 ‘떡메치기’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사람이 내려치고 난 후, 또 다른 사람이 다시 내려치는 것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흐르거나 리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수강생들은 이뿐만 아니라 제기차기, 윷놀이 등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를 직접 해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설 민속놀이는 윷놀이. 2개의 그룹으로 편을 가른 수강생들은 자기 팀의 대표들이 4개의 윷가락을 하늘 위로 던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팀을 응원했다. “도개걸윷모 다섯 가지 윷판의 점수들은 돼지 개 양 소 말 등 한국인들이 역사상 가축을 길들인 순서라고 하더군요. 그저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여러 가지의 의미가 녹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급반인 마이크 맥카티(Mike McCarthy)의 말이다.

제기차기도 많은 학생이 즐긴 놀이. 허공에 제기를 던지고 한쪽 다리를 꺾어 발끝으로 차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지, 체험하던 학생들은 연신 헛발질이다. 서너 차례 허공에 발길질을 해대던 한 수강생이 드디어 비결을 터득했는지 열 번이 넘게 제기를 찬다. “우와. 다리 운동에 최고네요. 매우 심한(Intensive) 운동이에요. 최고의 스쿼트(Squat-허벅지 등 하체 운동)이고요. 공을 가지고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난히 다부진 몸매의 한 학생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한다.
설날 아침에 지내는 ‘차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조상에게 감사드리며 제사를 지낸다고 하더군요. 차례상에는 떡국, 과일, 채소 등,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많은 요리가 오른다죠. 차례를 지내고 난 후, 이 음식들을 현재 세대들이 음복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전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상의 영혼이 음식을 통해 우리와 함께 깃든다는 생각, 낭만적이고 아름다워요”
행사가 끝난 후에는 수강생들 전원에게 세종학당에서 마련한 작은 선물을 줬다. 학생들은 오늘 행사가 2013년에 받은 최초의 좋은 일이라며 기뻐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 나라의 언어와 음식, 노래와 영화, 그리고 민속 문화까지 모든 분야를 조금씩 이해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의 행사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한국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