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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티 페어, 주목해야 할 한국 소설 5권
분류
5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5-12-08

미국의 월간지, <배너티 페어(Vanity Fair)>에서 11월 12일자로 주목해야 할 한국 소설 5권(5 Korean Novels You Should Read Now)을 발표했다. 배너티 페어는 패션잡지  보그를 발행하는 미국의 콘데 나스트 퍼블리케이션즈가 발간하는 잡지로 문화와 패션에 대한 콘텐츠로 꾸며진다. 오프라인 잡지의 부수는 2013년 6월 기준, 120만 5천 여 권이다.
 

 

<주목해야 할 한국 소설 5권이라는 기사를 쓴 Lilit Marcus 기자 - 출처:
http://www.cntraveler.com/contributors/lilit-marcus >
   
이 기사를 쓴 릴리 마르커스(Lilit Marcus) 기자는 브루클린 지역에 거주하면서 배니티 페어는 물론 월스트릿저널과 글래머, 코스모폴리탄, 뉴욕 옵저버(New York Observer) 등에 여행과 문화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미국인 처자가 영어권 독자들에게 권장한 한국 소설들은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자. 다음은 배니티 페어에 실린 기사의 전문이다.
 

지난 해 <런던 북페어(London Book Fair)>에서 한국문학이 집중조명을 받은 후, 한국은 세계 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 문단은 여성작가들의 어두우면서도 기발한 소설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중 일부는 미국인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지고 미국인 독자들이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것들이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나를 찾아줘(Gone Girl)>라는 작품 이후 세대의 소설들은 비극적 엔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을 어둡고 음산한 곳으로 데려간다. 10대 소년을 해킹한 죄로 감옥에 간 엄마 뒤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버지가 섹스를 나눈 10대 소녀의 이야기처럼 스토리는 어둡다. 자, 나는 이미 경고를 했다. (어두운 내용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하라는 문장)
 
런던에 살면서 한국 문학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번역작가 드보라 스미스(Deborah Smith)는 Tilted Axis Press라는 출판사의 창업자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다. 한국 소설에 대한 그녀의 의견을 들어보자.  '서양의 독자들은 강렬한 캐릭터, 기억에 남을 만하고 활동적인 주인공을 좋아합니다. 반면에 한국 문학은 미학적 가치, 사회적인 진실성을 고요함, 평범함, 수동성 등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소설의 주인공들은 로맨틱한 영웅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같은 개인주의자들 가까이에서 현대적 문화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쩜 한국의 여성 문학이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진정한 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권의 한국 소설들을 소개한다. 이 책들은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면서 읽을 만한 가벼운 책들은 아니다. 
 
 
 
한강, 채식주의자(Han Kang, The Vegetarian)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작가의 딸인 한강은 스타 작가이다. <채식주의자 - 한 권으로 엮여진 3편의 연결된 소설들>은 한강의 소설 가운데 최초로 영어 번역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 젊은 여성이 가족들 앞에서 이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발표하는', 미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 만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 팝컬처에서는 이런 장면이 <심슨>의 리사 심슨처럼 종종 유머 코드를 낳는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강의 소설 속 여주인공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결정은 일련의 불안한 사건들을 야기시킨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되고 나서 그녀의 결혼은 막을 내리고, 부모님들은 그녀를 포기한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채식주의자가 되는 위험을 감수한다. 매우 복잡한 이야기 <채식주의자>는 아주 단순한 결정이 여러 명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잘 꿰뚫어보고 있으며 이름뿐인 채식주의자, 그리고 그녀를 돌보며 고통을 참아내는 자매 두 사람의 사고방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 여성의 몸이 계속해서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는 세계, 그리고 주인공의 내면적 욕망이 내면으로 사라지는 것 등의 내용이 무서울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수키김, 통역사(Suki Kim, The Interpreter)
 
수키김의 최신 회고록인 , 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난 작가 자신이 북한의 상류 1퍼센트의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경험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도의 소설은 자신들이 경영하는 식품잡화점에서 살해당한 부모를 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 이민자들의 미국에서의 삶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이내 부모님들의 죽음이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어둡고 의심스러운 취약 부분으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수키김은 양쪽 문화 사이에 서 있으면서 그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않고 또 자신의 정체성조차 알지 못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민 1세대 미국인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향수와 궁핍했던 삶에 대한  것인데 반해 수키김의 <통역사>는 그런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크리스 리, 떠도는 집(Krys Lee, Drifting House)
 
크리스 리의 도전적인 단편 소설들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결혼상담소에서 소개한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이혼녀에서부터 탈북을 위해 중국의 얼어붙은 강을 건너가는 어린 소년에 이르기까지, 이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9편의 단편을 묶었다. 살인, 근친상간 등 무척 어두운 토픽을 다루고 있어 읽어내기 쉽지 않지만 각기 주인공들이 그들의 삶에서 일관성 있는 정직함으로 선택을 내린다는 점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단편소설은 한국에서 정말 실력 있는 작가들이 쓰는 오래된 장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크리스리는 단편소설이라는 해묵은 포맷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고 있는 대표적 차세대 작가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Kyung-sook Shin, Please Look After Mom)
 
2012년,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로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한 첫 여성 작가가 됐다. 이 소설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나이 많은 여성이 서울역에서 사라진 이후 실종되고 그 가족들이 그녀를 찾아나선다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가족들은 그들이 어머니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하게 되고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가족들을 돌보는 역할 외에 그 어머니가 살았던 은밀한 삶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신경숙 작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30년 전부터 이 책을 쓰고 싶어하다가 드디어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제게 있어 엄마라는 컨셉이 30년간 너무나도 많이 변했기 때문에 집필하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깊게 생각해야 했어요.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는 동안 어머니에 대한 탐구는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경숙 작가는 한국에서만 1천만부가 팔린 <엄마를 부탁해>가 '한'이라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 개념은 '슬픔과 억압의 감정' 또는 '깊고 오래된 슬픔'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옥자 켈러의 종군 위안부

옥자 켈러의 소설 두 권, <종군 위안부(Comfort Women)>와 <여우소녀(Fox Girl)>도 주목해야 한다. <종군위안부>는 2차 세계대전 중 성을 강요받은 위안부들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여우소녀>의 여성은 정기적으로 학대받고 모욕을 받는다. 그 가운데 한 명에 대해 '다른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일을 한다.'는 소문이 커간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배 한 가운데를 주먹으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바로 그 편치 않은 느낌이야말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본과 한국 정부에서 전쟁 중 위안부 여성들에게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부터임을 고려해볼 때, 옥자 켈러의 책은 혁명적이다.


번역가인 드보라 스미스는 한국 여성 문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작금의 한국 여성 문학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에 매우 흥미진진한 분야이다. 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점점 더 세계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특별하게 흥미를 띠게 된다고 생각한다. 서양의 독자들은 아마도 한국 소설을 읽고 그들 자신의 삶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서양 여성들은 과연 자신들이 믿고 있는 만큼 진정으로 자신들이 자유로운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또는 적어도 그녀들이 누려야 하는 정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문학이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특히 서구세계에서조차 평등화된 목소리를 낸 지 오래되지 않은 여성들의 문학작품에 대해 영미권 주요 잡지가 주목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실제 미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반즈앤노블즈(Barnes and Noble)에서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영어본은 쉽게 만날 수가 있다. 가까운 미국 현지인 친구들 가운데서도 한국의 문학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추천을 의뢰하는 경우가 이제 제법 있다. 그들에게 자랑스런 한국 문학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우리 것을 잘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여성의 소설을 한 권 손에 넣고 음미하며 읽고 싶어지는 만추이다.


※사진 및 자료출처: http://www.vanityfair.com/culture/2015/11/korean-novelists-han-kang-suki-kim-kry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