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웃찾사>, <개그콘서트>와 같은 역사깊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면 미국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전통적이다. 한명의 코미디언이 올라가서 사회, 정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희극화 시키며 1대 다수라는 구조로 공감과 웃음을 산다. 국내 코드가 상대적으로 퍼포먼스 형식이나 슬랩스틱(상황극)이 대부분이면 미국식 개그는 현실에 빗댄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한류라는 드라마나 예능이 성공하고 있음에도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와 같은 우리나라 개그인들이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한국식 정서가 녹아있는 유머를 미국인들이 이해하기도 힘들뿐더러, 미국 코미디 프로를 보더라도 국내 정서로서는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아 이해가 힘들다. 이렇게 유머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 정서, 공감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코미디계에서 정말 한인들이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을까? 현재 미국 코미디 시장에서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활동이 독보적이다. 이번 <뉴욕 코미디 페스티벌>은 11월 10일부터 15일 사이에 열렸으며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뉴욕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쇼를 펼쳤다. 마치 우리나라 유명 개그맨들처럼 팬층이 두꺼운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은 비평가들의 신랄한 평가조차도 웃어넘기곤 한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눈에 띄기 때문에 더욱 SNS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번 <뉴욕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유일한 한인 여성으로 참가한 마가렛 초(Magaret Cho, 한국 이름 조모란)는 이미 각종 미국 드라마, 영화, 디자이너, 작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미디언이다.

<마가렛 초(조미란)씨 프로필 사진- 출처: magaretcho.com>
그녀의 얼굴은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신 분들에겐 익숙할 수도 있다. 다만 그녀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몰랐던 분들이 국내에는 수두룩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한인 2세로서 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자로 살면서 느꼈던 어려움, 여성으로서 자라나며 느낀 삶의 장벽, 그리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자신의 코미디 스테이지에 올리며 단숨에 인지도를 얻었다. 1994년 <아메리칸 코미디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던 그녀는 현재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자신이 성적인 학대를 당했던 어린시절을 꺼내며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강조하며 큰 박수를 얻었다. 특히 한국인, 아시아인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몸에 있는 수많은 문신을 새기며 고정관념에 싸워온 그녀의 농담은 많은 이들의 공감은 물론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는 기회가 되었다. 각종 SNS에서는 “Hilarous(우스꽝스럽다)” 라고 말하며 그녀의 팬들이 수많은 인증샷을 남겼다. 한 이용자는 “정말 멋진 밤이었다! 난 너무 많이 웃은 듯(Last Night was increadible! I laughed toooo much)”이라고 했다.

<그녀의 코미디 쇼 이후 현지 미디어의 뜨거운 반응>

<즐거운 밤과 너무 많이 웃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긴 팬(좌), 팬들이 남긴 각종 인증샷들(우) - 출처:
인스타그램 jackkeee 계정(좌)/인스타그램 chrissycha_cha_cha 계정(우)>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들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적으로 문화, 사회, 경제와 같은 다방면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유머는 국내 개그맨들이 활동하기엔 아직 장벽이 높다. 이러한 곳에서 이민자로서, 한국인 2세로서 자라온 미국계 한국인 코미디언들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경계에서 많은 이들에게 알린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인에 대한 거부감이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미국인들에게 고정관념으로 박혀있는 “공부만 하는 아시아인들'이라는 잘못된 생각 또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국내 예능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한국식 코미디를 알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들과의 협업, 준비를 통해 새로운 ‘한류'의 지평선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미국 내에서도 다른 인종에 비해 현저히 적은 아시아계 코미디언들의 성공은 곳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한류라는 키워드를 당장 눈앞에 놓인 가능성뿐만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는 안목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