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영화관람객 동원성적이 천만 명을 훌쩍 넘은 <베테랑>, <암살>에 대해, 인도네시아 언론에서 큰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9월 초부터 자카르타에서 차례로 극장 개봉을 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의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는 <설국 열차(8만 명 관람)>, <미스터 고(6만 명 관람)>, <감기(3만 명 관람)>, <명량(2만 9천 명 관람)> 순서인 가운데, <암살>과 <베테랑>이 기존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었지만 아직은 한국 영화 극장 개봉이 거의 한국계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에서만 되는 관계로 기록 경신은 불투명해 보인다.
<암살>은 9월 약 1달간 상영하면서 이미 종영이 되었고, <베테랑>은 9월 23일에 개봉한 이후로 다음 주까지 상영할 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주 토요일 베테랑이 상영되고 있는 퍼시픽 플레이스 CGV점을 찾아 현지 관객들과 함께 직접 관람하면서 반응을 살펴보았지만, 좌석이 3분의 1도 들어차지 못하고 있어서 조만간 스크린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베테랑' 상영 광고를 하고 있는 자카르타 퍼시픽 플레이스 CGV 블릿츠>
<퍼시픽 플레이스 CGV 블릿츠 매표소 전경>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에, 같이 관람한 현지인 친구들과 간단한 의견을 나눈 결과 헐리우드 영화 및 인니 국산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스토리와 예상보다 매우 수준이 높은 촬영 장면 등에 대하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같이 관람한 친구들 중 한 명은 통신원과 같은 회사에 근무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지만, 다른 한명은 그 친구의 친구로서 한국 문화를 현지에서 일반적인 수준으로 접해온 친구여서 극장에서는 한국 영화를 처음 관람한 인니 현지인이기에 더 객관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전반적인 평가로써는 헐리우드의 대작 영화급으로 퀄리티가 높은 영화, 스토리는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도 스토리를 따라가기에 무리가 없는 영화, 헐리우드 액션 혹은 중국 액션과는 다른 사실적인 액션 묘사, 내용 이해와 코믹 장면에 있어서 전혀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자막 번역으로 평가하면서, 전체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화 완성도로써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한국 영화 자체로써도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고사하고 인도네시아 국산 영화나, 태국 혹은 인도 발리우드 영화에도 미치지 못하는 흥행성적을 번번이 거두고 있는 것은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다.
인도네시아의 영화 시장은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네마21이라고 하는 영화 상영 업체가 전국 극장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2억 5천만 인구수와 비교해서 영화 상영 스크린 수는 전국적으로 1,000개도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낮은 국민 소득 때문에 아직은 극장 내 영화 관람이 현지인의 대표적 문화여가 생활은 아니다. 때문에 독과점을 보유한 시네마21에서는 흥행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사에서 전 세계적인 마케팅 및 홍보를 별도로 진행해주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지도는 매우 높은 편이어서 시네마21에서도 과거에 한국 영화 몇 편을 상영하였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비교할 수 없게 적은 마케팅 및 홍보 비용이 투입되다 보니, 현지 관람객들로써는 <베테랑>, <암살>, <명량> 같은 영화가 그저 그런 다른 한국 영화와는 다른 점이 무엇인지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극장으로써는 같은 스크린에 흥행이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된 헐리우드 영화보다 한국 영화를 걸게 할 유인책이 크게 없는 상황이다.
시네마21은 인니에서 독점적인 영화 상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해외 영화 제작사들을 대상으로도 큰 바잉 파워를 가지는 데, 일부 헐리우드 영화들은 시네마21을 통해서만 상영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시네마21을 제외한 극장 배급사들의 경우에는 상영할 영화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 기타 국가의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CGV가 인수한 기존의 블릿츠 메가 플렉스는 인도 발리우드 영화, 태국 영화, 일본 영화에 관심을 보여오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조금씩 개척하고 있고, CGV의 자본이 투입된 이후로는 한국 영화를 꾸준히 상영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니의 재벌 기업 중 하나인 Lippo 그룹이 신도시 개발과 함께 영화관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Cinemaxx라는 브랜드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헐리우드 영화 이외의 다양한 영화에 대한 관람 선택권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왜곡된 영화시장 때문에 한국 영화 흥행 성적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작년부터 인도네시아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에는 한국에서 천만 관객 이상이 관람한 수작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마케팅과 홍보가 수반되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문화생활이었던 한인 교포 사회나, 한국 영화상영에 대한 정보력이 떨어지는 현지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흥행 성적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영화는 아직까지도 불법 복제 DVD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는 저작권에 대한 이슈도 장기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한류 팬들 사이에서도 한국 영화를 보는 창구가 극장 관람이 아닌 불법 복제 DVD를 통해서 관람한다는 것이 공식처럼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람할 수 있는 기타 인프라가 전무하기 때문에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인프라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 콘텐츠 공급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 5천만명은 고스란히 한국 영화의 시장으로써 훌륭하게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가 이렇게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미래는 충분히 밝아 보인다. <베테랑>을 관람하고 나오는 현지 영화 팬들은 “께렌!(Keren, 쿨하다는 뜻의 인도네시아어)”을 연발하면서 극장 문을 나서고 있고,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왜 이런 영화를 이제야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리뷰를 남기는 팬들을 수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서 데이트를 하고,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를 찾아서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은 이미 “쿨(cool)”한 행동이고, 문화를 선도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앞으로 한국 영화가 인도네시아 극장가에서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지가 더 기대된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