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주요 일간지 《La Libre》는 9월 30일 자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개최 중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교육 제도를 다룬 두 편의 작품을 ‘1%의 승자와 99%의 비참한 패자'라는 중간 제목을 달아 깊이 있는 비평을 내놓았다. 그 두 작품은 다큐멘터리 <공부의 나라(Reach for the SKY)>와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Quatrième place)>. <공부의 나라>는 수능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밀착 관찰한 다큐멘터리이고, 4등은 몰락한 천재 수영 코치와 초등학생 수영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극영화이지만 두 작품 모두 한국의 경쟁적 교육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 교육 제도를 고발한 두 영화를 깊이 있게 소개한 La Libre 기사 - 출처 : www.lalibre.be>
특히 <공부의 나라>는 한국감독 최우영과 벨기에 감독 스티븐 두트(Steven Dhoedt)의 공동 연출작으로 벨기에 현지 언론에서 더욱 관심을 보내고 있다. 기사에서 먼저 수능 시험의 의미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의 입시 시험이 더 나은 교육 기회와 졸업 후 더 나은 직업 선택의 기회, 멀리는 더 나은 결혼 기회까지 보장하는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공부의 나라>는 시험을 앞둔 세 명의 수험생의 일상과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막대한 부담감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연출자인 최우영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해외에서 한국의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학업 능력을 보유했다고 자주 소개되지만, 단 1%의 승자만 존재하고 나머지 99%는 처참한 루저가 되는 한국 교육 제도 이면의 그림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기사를 이어갔다. 기사는 1%의 빛나는 메달 뒷면엔 높은 청소년 자살률과 우울증이라는 깊은 늪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럽인들의 시각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한국 교육 현장의 몇몇 장면을 더 소개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공부의 나라'에 등장하는 두 명의 재수생이 다니는 재수 학원은 24시간 내내 학생들을 감시 카메라로 지켜보는 군대나 다름없는 공간이며, 사교육 시장 규모가 연간 30조 원에 이르고, 유명 강사가 대형 체육관에서 여는 입시 설명회에는 수험생과 가족들 수천 명이 참석한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정지우 감독의 신작 ‘4등'이 보여주는 한국 스포츠 입시의 폐해를 소개한 La Libre 기사 - 출처: www.lalibre.be>
뒤이어 극영화 <4등>은 조금 더 특수한 상황에 처해진 초등학생 수영 선수 준호와 수영 코치 선생님 광수, 그리고 준호의 성공을 뒷바라지한다는 명목으로 준호에게 가해지는 코치의 체벌과 폭력을 묵인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출자 정지우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인권위원회의 추천으로 실제 스포츠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어린 학생과 부모, 코치들을 여럿 만났다. 영화에서 보이는 체벌은 사실 현실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할 뿐이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특히 주목한 것은 결과만 좋다면 과정은 뭐든 상관없다는 부모들의 태도였다고 한다. “영화를 준비하며 인터뷰한 많은 학부모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체벌과 폭력이 아이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으며 묵인하고 있었다.”는 정 감독의 발언이 이어 소개되었다.
《La Libre》는 기사를 마무리하며 <4등>이라는 작품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하나의 메타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아시아 4위의 경제 강국으로 일으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와 발전만을 추구해 온 나라, 한국에 대한 은유라는 것. 마지막으로 기사는 정지우 감독의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 사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했다. “우리 사회에는 늘 결과만 좋으면 수단은 뭐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그 목표지향적 태도가 한국의 발전을 이끌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성숙을 말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