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한류는 2005년 TRT(터키국영방송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방영된 MBC 드라마 <대장금>의 선풍적인 인기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MBC <상도>와 KBS의 <해신>이 연달아 터키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까지 10편 가까이 되는 드라마가 각종 방송채널을 통해 터키의 안방극장을 노크해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터키에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의 절대 다수는 사극이 차지해왔다. 강력한 왕권과 충성에 대한 향수, 웃어른에 대한 공경, 대가족의 문화 등 '충, 예, 효'의 가치관이 선명히 드러나는 점이 터키 시청자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었고, 보수적인 터키의 분위기상, 한국의 현대극보다 사극이 문화적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한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의 멜로 드라마 또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가 터키어로 번역 및 실시간 업로드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현대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눈여겨본 현지 방송사들도 KBS <꽃보다 남자>와 SBS <드림 하이>등의 판권을 구입해 방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사극보다 비교적 저조했고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터키 드라마 제작사들은 한국의 드라마 원작을 터키 버전으로 각색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4년, FOX TV를 통해 방영된 첫 리메이크 드라마. KBS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각색하였다.
원작의 충실함을 넘어 ‘카피 판’이라는 한류 팬들의 냉소가 있었다 - 출처: Onedio.com>
지난해 FOX TV를 통해 방영된
현재 터키에서 방송되고 있는 여러 드라마 중 4편이 한국의 원작임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FOX TV의 <키라즈 메브시미>는 SBS <신사의 품격>을, TRT1의 <바바 잔드르>는 KBS의 <가족끼리 왜이래>를, STAR TV의 <베니 아펫>은 KBS의 <천사의 유혹>을, 이어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현재 터키에서 방영되고 있는 터키 드라마들 - 출처: Onedio.com / TRT1 Online >
이중 KBS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풀하우스>를 원작으로 한

<2015.9.5 일일 시청률 통계에서 1위를 차지한 'Iliski Durum; Karisik' (토요일 기준)
- 출처: http://www.reytingler.biz/reyting >

<9월 주간 시청률 통계에서 각각 7위, 14위, 18위에 링크된 한국원작의 터키 판 드라마
- 출처: http://www.reytingler.biz/reyting >
9개의 방송사를 통해 수십 편의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 치열한 내수시장에서 4편의 드라마로 드러나는 단순한 수치를 통해 유행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한국 드라마의 시나리오가 일부 한류 팬들을 넘어 일반 터키 시청자들에게도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터키의 드라마 제작자들이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터키에서의 한국드라마 리메이크 현상을 바라보는 현지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보면 '원작을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였다. 리메이크 작이 원작보다 질적으로 떨어질지라도 터키시청자들이 흥미로워할 소재를 가지고 터키스러운 드라마를 만드는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 '내가 한국 원작드라마를 볼 때, 공감을 하지 못하던 가족과 친구들이 터키판 드라마를 시청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즐겁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왜 자꾸 해외의 작품들을 카피하는 데만 열중인지 모르겠다. 창작하지는 않고 외국작품 카피할 생각만 하는 제작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 또는 표절하는 터키 드라마시장의 현상 때문에 터키 드라마에 대한 경쟁력에 의문이 들만도 하겠지만, 사실 터키는 세계 5대 드라마 수출국이자, 중동과 동유럽 그리고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생산국이다.

<터키의 대작드라마 'Kurtlar vadisi(늑대들의 계곡)'과 'Muhtesem Yuzyil(위대한 세기)'.
과거 오스만 터키의 영토에 속한 중동 및 동유럽,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 출처: atv , STAR TV>
하지만 터키의 드라마는 1회당 분량이 최소 1시간 반에서 2시간에 이르고, 한 시즌당 50회, 100회가 넘어가기가 부지기수이다. 이처럼 긴 호흡의 드라마는 터키 젊은 층에 기호에 잘 맞지 않으며,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터키의 젊은 시청자들은 다소 보수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드라마보다 해외의 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추세이다. 한국의 드라마가 터키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는 짧은 호흡과 구성, 폭력적이지 않고 아기자기한 내용과 함께 완성도 높은 촬영기법이다.
특히 터키인의 정서가 한국인과 유사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 얽히고설킨 관계와 같은 레토릭 마저 터키 드라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점도 한국의 드라마가 터키 시청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최근 터키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중 한국원작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을 잘 살펴보며, 터키 드라마시장에서 한국 작품들이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판권 및 저작권 등 콘텐츠에 대한 소중한 권리를 지켜나가는 데 행정적 노력이 함께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및 자료출처
- http://onedio.com/haber/kore-dizilerinden-uyarlanan-turk-dizileri-487416
- http://noluyo.tv/haber/1257/uyarlama-bizden-sorulur-iliski-durumu-karisik
- http://www.reytingler.biz/reyting